중국사업에서 수금난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제품을 팔고 수금(收金)을 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물건을 팔기보다 수금하는 일이 더욱 어렵다. 외상거래는 그 속성상 한번 시작되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수렁처럼 점점 빠져 들게 되어 있다. 수금난은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에게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중국 내수 기업들도 겪게 되는 관행적 현상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중국과의 무역이나 내수시장에 진출 하려면 반드시 대금회수에 대한 사전 면밀한 검토와 계획이 이루어 져야 한다. 필자는 이것에 대한 분명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차라리 중국 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중국사업의 성공은 수금난을 극복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외상거래의 관행(慣行)과 유혹(誘惑) 중국 내수시장의 대부분의 물품대금 수금의 결제 관행은 “代销”라는 판매 후 결제로 되어 있다. 우리의 외자기업이나 무역회사는 내수시장 개척 초기에는 우선 자사의 제품을 널리 알리고 보급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强迫觀念)을 가지게 된다. 아무리 뛰어다녀도 팔리지 않으면 외상거래를 트고 싶은 유혹이 스스로 일어가게 마련이다. 아주 특별한 제품으로 살 사람이 많아 상품의 품귀 현상을 겪지 않는 한 외상 거래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낯 설고 물 설은 외국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하다 보면 거래처의 선정에 대하여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고 많지 않아 우량(優良)한 거래처를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쨌든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관심 조차 보이지 않으니 죽을 맛이다. 만약 대금의 일부를 지불하고(대개 30% 정도)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을 경우 거래를 트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사업에서 외상 거래는 떼여도 좋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정보가 대부분 공개되어 있고 경쟁이 치열하여 높은 마진(Margin)을 확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진이 거의 없는 거래에서 미 회수 채권이 발생하게 되면 그것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중국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라면 사업 초기 이문(利文)이 박하더라도 현금 결제를 하는 관행을 반드시 세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업 초기부터 너무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을 세워서는 아니 된다. 비록 못 파는 한이 있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외상 거래는 자제(自制)하여야 한다. 한국 기업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만들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북경 법인장인 백학명(白學明) 상무는 외상 거래가 있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정신 나갔습니까?” 라고 말한다. 본사의 매출 독촉(督促) 이제 우리나라에서 중견 기업 규모만 되어도 중국 내수시장 개척을 위하여 현지에 사무소나 판매 법인 혹은 현지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본사에는 해외 사업을 관장하는 무서운 임원 하나쯤은 있어 현지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매월 매출 목표 달성을 독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라면 실패가 보장 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본사의 매출 독촉에 현지 책임자는 뻔히 수금에 문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밀어내기 식 거래를 하게 된다. 결국 눈앞의 독촉에 현지 책임자는 작게 시작된 무책임한 행동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상매출 채권을 후임자에게 남기고 퇴사 하거나 귀국 보따리를 싸게 된다. 한국에서 유명한 J社는 1996년 중국 북경 시장에 진출하였다.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짓고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J社 제품은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소비재였다. 그들은 투자 자금으로1,700 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인민대회당에서 엄청난 비용을 써가며 요란한 투자 조인식을 치르고 대대적으로 TV 광고까지 하였으나, 결국 외상매출금 미 회수로 인한 영업부진으로 2년 만에 철수(撤收)하고 말았다. 이 경우 본사의 매출 독촉과 현지 책임자의 무모(無謀)한 밀어내기 식 매출액 부풀리기로 실패를 자초(自招)하였던 것이다. 나중에 공적 자금을 지원 받은 이 업체는 결국 국민들의 혈세를 중국 땅에 쏟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관리자가 매출 독촉을 하는 시스템으로 중국사업을 접근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현지 책임자에게 전권(全權)을 위임하여 중국 사정에 맞도록 현지화 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지에 파견되는 책임자는 강인한 체력과 승부근성(勝負根性)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파견해야 한다. 수금관리(收金管理) 수금은 현금으로 하는 시스템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그러나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외상 거래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경우 회사 내부적으로 수금 책임제도 같은 것을 만들어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영업 사원이 자기가 맡은 거래처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하고 수금액에 비례하여 급여를 올려 주든지 혹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 직원에게 부여하는 신용의 한도를 정하여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면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매출 신장을 기대 할 수 있다. 회사의 내부자(內部者)가 거래처와 협잡(挾雜)하여 수금을 방해 하거나 문제를 야기(惹起)시켜 이 문제의 해결조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그만 한 틈만 보여도 중국의 영업사원들은 이를 악용하여 개인적 이익을 챙긴다. 회사의 시스템이 잘못되어 내부 직원들이 해 먹을 수 있는 Room을 제공하는 것은 회사가 잘못된 것이지 악용하는 자기들이 전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도매상들의 폭력적 혹은 사기성 거래에 주의하여야 한다. 중국의 도매상 중 적지 않은 숫자가 조폭들이 운영하거나 그들과 연계되어 있다. 겁을 주어 해당지역의 독점권을 요구하거나 미수금을 떼어 먹는다. 그들은 그 지역의 토호가 많으며 당연히 권력기관들의 비호(庇護)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물품 대금의 先 은행 입금을 요구하면, 위조 입금표를 팩스로 송부하거나 부도 수표로 결제를 한다거나 물건을 인수하고 나서는 입금을 취소 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도 얼마 전 北京市에서 40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河北省 涿州市에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 10톤을 은행 입금을 확인하고 배송하였는데 그들은 3시간 사이에 은행 입금을 취소하고 말았다. 물론 배달은 완료되었고 우리는 다음날 입금이 취소된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筆者가 탁주시 京都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며 사귀어 두었던 탁주시 시장과 黨書記 그리고 公安局長의 도움으로 며칠 후 무사히 물건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 직원들이 그들의 창고에서 물건을 싣는 동안 십수 명의 어깨들이 몰려와 갖은 협박(脅迫)을 다 하였다고 한다. 지금 현재 미 회수 채권 때문에 물건을 대어주고 있는 경우라면 손실이 예상 되더라도 과감히 거래를 끊어 버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외상거래는 마약이나 도박 같이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끊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끊지 않으면 그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가 무척 어렵다. 북경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L 사장을 최근 만났는데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사업 초기 1억 미만이던 미수금이 해를 거듭하게 되자 10년 만에 악성 외상 매출금만 100만 달러가 넘는단다. 차라리 중국 진출을 하지 말았으면 여생을 평안하게 살 수 있었는데 ……………하면서 후회하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소주 잔을 거푸 비운다. 필자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중국 사업에서의 수금난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매출액의 많고 적음보다 이익(利益)과 수금액(收金額)을 기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수금난(收金難)이며 이를 극복하면 성공에 가까이 다가선 것이라 확신한다. -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단 자문위원 조평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