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소개
보도자료
[월간노동법률 2020년7월호, 피플] 박철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 "기업 규제 대기업 말고 중소기업 눈높이 맞춰야"
2020-07-09 Views 1375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가 대기업이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 지급, 해고자 조합원 자격 등 주요 이슈도 일반 중소-중견 기업과는 관련이 적은 이슈다. 중소-중견기업이 조금 더 노력하면 충족할 수 있는 정도의 규제, 중소-중견기업에 꼭 필요한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박철한 소장이 대기업만 바라보고 돌아가는 각종 규제와 논의에 일침을 가했다.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 중소기업은 결국 법을 위반한 상태로 경영을 하게 되는 위험천만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탓이다. 중소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에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 <노동법률>이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목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박철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에게 물었다.
Q 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지난 2004년 당시 4대 그룹과 포스코를 포함해 5개 그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해보고자 함께 시작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활동했던 임원들이 퇴직하면, 그 노하우가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전경련 경영자문단이다. 당시 40명 규모에서 이제는 200명 규모로 커졌다. 재무, 인사노무, 생산관리, R&D, 국내외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법무나 세무 분야는 현역 전문자격사를 위촉해서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문을 하고 있다.
Q 센터가 지향하는 상생이란.
현재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중소기업이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힘든 상황이란 결국 돈이 없다는 말이다. 경영 악화로 적자가 지속되고,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돈'을 물고기로 보면 센터는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이게 과연 돈이 될까' 판단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기를 당하거나, 엄청난 손해를 입기도 한다. 센터 자문단은 기업 현장에서 그런 노하우를 30~40년 쌓아온 분들이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살릴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실질적인 동반성장으로 보고 있다.
Q 구체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센터가 자문했던 기업 중 영진산업이 좋은 사례다. 맞춤형 철제 앵글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기업 자체적인 노력으로 매출액을 50억까지 끌어올렸는데, 더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2013년 센터에 자문을 요청해서 7명의 자문위원이 영진기업에 뛰어들었다. 공장의 생산 합리화를 위해 시설을 개선토록 하는 등 다양한 자문을 했고, 회사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당시 연 매출 50억 정도의 기업이 현재 300억원으로 6배 정도 성장했고, 해외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당연히 채용규모와 직원 복지 수준도 확대됐다.
우리 자문위원들이 주로 하는 일이 '시스템화'다. 중소기업에 부족한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잡으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센터 자문위원들은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자문 현장에서 느낀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뭔가.
경영 환경이 너무 안 좋다. 노동 이슈만 보더라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정년연장, 경직적 노사관계 등 쉬운 게 없다. 주52시간제만 봐도 근무시간을 줄인 만큼 대체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정작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지금 있는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그 시간만큼 일할 인력을 못 구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이나, 노동계 요구도 보면, 대부분 대기업에서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높은 기준을 전체 사업장에 강제하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맞출 수 있겠나. 규제를 중소-중견기업이 조금 더 노력하면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니 현실에서 지키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왜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로 나가려고 할까. 심지어 그 어렵다는 미국으로도 가려고 한다. 미국은 노동비용도 비싸다. 해외 이전은 비용의 문제라기보다 규제의 문제다.
Q 규제를 완화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나 경영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나.
규제 완화가 일자리 미스매칭, 중소기업 경영난을 모두 해소해줄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산업 트렌드 변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변한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지금 청년들이 영세한 제조 중소기업으로 돌아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 인력 활용 규제를 풀면 단순 노동 부문 인력난을 해소할 수도 있고, 여타 법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고임금, 고비용 강제로 인해 기업 수익이 떨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엄청난 타격이다. 정부 규제가 아니라 노사 간 협의로 조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Q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지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규제를 강화하는 전제는 규제를 하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러면 중소기업에도 인재가 모인다는 것인데, 산업 현장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다. 이전에 한 면접에서 '중소기업이 왜 대기업보다 급여가 적을까' 물었더니 어떤 지원자가 '고용주가 급여를 많이 줄 의향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의 말대로 고용주 의향에 따라 정해지는 거라면 규제를 해서 끌어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사실 급여는 소비자가 준다. A기업이 B기업보다 임금이 높다고 하는 말은, 결국 A기업이 B기업보다 이익을 많이 낸다는 방증이다. 이익이 그만큼 나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줄 여력이 있다.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높은 급여나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규제를 통해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다.
Q 규제와 동시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는데, 지원정책으로는 부족할까.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사업이 정말 많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많은 시책을 내놓고 있다. 그 사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자금 투여도 필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법, 물고기 잡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소규모 기업 중에는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자문을 받는 곳도 있다. 무작정 자금을 뿌리기보다는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월드클래스300 사업이 아주 좋은 사례다. 정부가 글로벌 기업으로으로의 성장의지와 잠재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집중 지원해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협업해 대상 기업에 자문해주기로 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해 관료, 학자와 다른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잇따른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어떤 자문을 주고 있나.
기업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해나갈 수밖에 없다. 주52시간제의 경우도 그것을 위반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의 자문도 법 개정 사항에 맞춰서 들어간다. 사실,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지방에 위치한 기업일수록, 몰라서 법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야 분야별로 담당자가 있고, 또 법이 개정되면 그에 맞는 교육도 철저히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인사노무, 관리 등을 총무 혼자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분화가 돼야 전문성이 생기는데, 그렇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자문은 물론, 중요 업무를 전담할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같이한다. 자문단 소속 노무사가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변화내용을 교육하면, 자문위원들이 현장에 가서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무관련 이슈를 점검해준다. 잘못된 부분은 직접 수정을 해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직접 노무사의 자문을 받도록 연결해주거나 관련 지원 사업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예전에 센터에서 '중소기업이 꼭 알아야 할 법무상식'책을 펴낸 적이 있는데, 현재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나오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혁신이라고 하면 굉장한 것을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소비자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서비스를 원하면 비용 면에서 혁신하고, 소비자가 조금 더 튼튼하고 안전한 제품을 원하면 그에 맞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게 혁신이다.
특히 창업기업 대표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만 매몰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해주는 것을 바탕으로 기업도 성장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 애플이나 삼성의 성공이 기업의 노력으로만 이뤄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 아이디어가 있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소용 없다.
소비자 중심은 정부 정책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규제나 지원 정책에서 소비자 관점이 빠져버리면, 공급자만을 중심으로 돌아가면 시장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Q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향후 경제 상황을 전망해 본다면.
얼마 전, IMF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2.1%로 수정했다. 그동안 평균적으로 2% 성장했다고 보면 올해는 4% 역성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월급이 4% 정도 깎인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거시적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미시적으로 보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산업도 있고, 도산 위기에 처한 산업도 있다. 수많은 업종과 산업, 기업이 흥하고 망한 결과가 4% 역성장이다. 특히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면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도 힘들다, 코로나19는 그런 위기다. 결국, 핀셋 구조조정, 핀셋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완전히 복구되려면 최소 3년이 필요하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도, 리먼사태 때도 극복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 확산될 조짐까지 보인다. 회복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Q 향후 계획은.
현재 센터는 정부 사업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는 형태로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같이 하고 있고, 동반성장위원회와 동반성장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또 앞서 말한 월드클래스300 사업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하고 있다. 기술우수 중견-중소기업 대상 경영컨설팅 사업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 사업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 산하 기관을 통해서 협력하고 있다. 향후 우리 자문위원들이 직접적으로 정부기관과 관계를 맺고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가 월드클래스300과 같이 성과지향형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센터가 협력할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박철한 소장이 대기업만 바라보고 돌아가는 각종 규제와 논의에 일침을 가했다.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 중소기업은 결국 법을 위반한 상태로 경영을 하게 되는 위험천만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탓이다. 중소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에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 <노동법률>이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목표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박철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에게 물었다.
Q 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지난 2004년 당시 4대 그룹과 포스코를 포함해 5개 그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해보고자 함께 시작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활동했던 임원들이 퇴직하면, 그 노하우가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시작한 게 전경련 경영자문단이다. 당시 40명 규모에서 이제는 200명 규모로 커졌다. 재무, 인사노무, 생산관리, R&D, 국내외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법무나 세무 분야는 현역 전문자격사를 위촉해서 중소기업에 필요한 자문을 하고 있다.
Q 센터가 지향하는 상생이란.
현재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중소기업이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힘든 상황이란 결국 돈이 없다는 말이다. 경영 악화로 적자가 지속되고,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도 많다. 그런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돈'을 물고기로 보면 센터는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이게 과연 돈이 될까' 판단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기를 당하거나, 엄청난 손해를 입기도 한다. 센터 자문단은 기업 현장에서 그런 노하우를 30~40년 쌓아온 분들이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를 살릴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실질적인 동반성장으로 보고 있다.
Q 구체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센터가 자문했던 기업 중 영진산업이 좋은 사례다. 맞춤형 철제 앵글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기업 자체적인 노력으로 매출액을 50억까지 끌어올렸는데, 더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2013년 센터에 자문을 요청해서 7명의 자문위원이 영진기업에 뛰어들었다. 공장의 생산 합리화를 위해 시설을 개선토록 하는 등 다양한 자문을 했고, 회사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당시 연 매출 50억 정도의 기업이 현재 300억원으로 6배 정도 성장했고, 해외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당연히 채용규모와 직원 복지 수준도 확대됐다.
우리 자문위원들이 주로 하는 일이 '시스템화'다. 중소기업에 부족한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잡으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센터 자문위원들은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자문 현장에서 느낀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어려움은 뭔가.
경영 환경이 너무 안 좋다. 노동 이슈만 보더라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정년연장, 경직적 노사관계 등 쉬운 게 없다. 주52시간제만 봐도 근무시간을 줄인 만큼 대체 인력이 충원돼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정작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지금 있는 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은 줄여야 하는데, 그 시간만큼 일할 인력을 못 구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이나, 노동계 요구도 보면, 대부분 대기업에서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높은 기준을 전체 사업장에 강제하면 영세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맞출 수 있겠나. 규제를 중소-중견기업이 조금 더 노력하면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니 현실에서 지키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왜 베트남이나 동남아시아로 나가려고 할까. 심지어 그 어렵다는 미국으로도 가려고 한다. 미국은 노동비용도 비싸다. 해외 이전은 비용의 문제라기보다 규제의 문제다.
Q 규제를 완화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나 경영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보나.
규제 완화가 일자리 미스매칭, 중소기업 경영난을 모두 해소해줄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산업 트렌드 변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도 변한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지금 청년들이 영세한 제조 중소기업으로 돌아간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 인력 활용 규제를 풀면 단순 노동 부문 인력난을 해소할 수도 있고, 여타 법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고임금, 고비용 강제로 인해 기업 수익이 떨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엄청난 타격이다. 정부 규제가 아니라 노사 간 협의로 조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Q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지면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규제를 강화하는 전제는 규제를 하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러면 중소기업에도 인재가 모인다는 것인데, 산업 현장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다. 이전에 한 면접에서 '중소기업이 왜 대기업보다 급여가 적을까' 물었더니 어떤 지원자가 '고용주가 급여를 많이 줄 의향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의 말대로 고용주 의향에 따라 정해지는 거라면 규제를 해서 끌어 올리는 게 맞다.
하지만 사실 급여는 소비자가 준다. A기업이 B기업보다 임금이 높다고 하는 말은, 결국 A기업이 B기업보다 이익을 많이 낸다는 방증이다. 이익이 그만큼 나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줄 여력이 있다.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높은 급여나 더 좋은 근로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단순히 규제를 통해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다.
Q 규제와 동시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는데, 지원정책으로는 부족할까.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사업이 정말 많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많은 시책을 내놓고 있다. 그 사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자금 투여도 필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법, 물고기 잡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소규모 기업 중에는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자문을 받는 곳도 있다. 무작정 자금을 뿌리기보다는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월드클래스300 사업이 아주 좋은 사례다. 정부가 글로벌 기업으로으로의 성장의지와 잠재력 있는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집중 지원해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협업해 대상 기업에 자문해주기로 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해 관료, 학자와 다른 현장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잇따른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어떤 자문을 주고 있나.
기업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해나갈 수밖에 없다. 주52시간제의 경우도 그것을 위반하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의 자문도 법 개정 사항에 맞춰서 들어간다. 사실,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지방에 위치한 기업일수록, 몰라서 법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야 분야별로 담당자가 있고, 또 법이 개정되면 그에 맞는 교육도 철저히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인사노무, 관리 등을 총무 혼자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분화가 돼야 전문성이 생기는데, 그렇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센터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자문은 물론, 중요 업무를 전담할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같이한다. 자문단 소속 노무사가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변화내용을 교육하면, 자문위원들이 현장에 가서 취업규칙,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무관련 이슈를 점검해준다. 잘못된 부분은 직접 수정을 해주기도 하고, 필요하면 직접 노무사의 자문을 받도록 연결해주거나 관련 지원 사업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예전에 센터에서 '중소기업이 꼭 알아야 할 법무상식'책을 펴낸 적이 있는데, 현재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나오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조언한다면.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한다. 혁신이라고 하면 굉장한 것을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소비자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서비스를 원하면 비용 면에서 혁신하고, 소비자가 조금 더 튼튼하고 안전한 제품을 원하면 그에 맞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게 혁신이다.
특히 창업기업 대표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만 매몰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해주는 것을 바탕으로 기업도 성장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 애플이나 삼성의 성공이 기업의 노력으로만 이뤄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 아이디어가 있어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소용 없다.
소비자 중심은 정부 정책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규제나 지원 정책에서 소비자 관점이 빠져버리면, 공급자만을 중심으로 돌아가면 시장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Q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 향후 경제 상황을 전망해 본다면.
얼마 전, IMF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2.1%로 수정했다. 그동안 평균적으로 2% 성장했다고 보면 올해는 4% 역성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월급이 4% 정도 깎인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거시적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미시적으로 보면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산업도 있고, 도산 위기에 처한 산업도 있다. 수많은 업종과 산업, 기업이 흥하고 망한 결과가 4% 역성장이다. 특히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면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도 힘들다, 코로나19는 그런 위기다. 결국, 핀셋 구조조정, 핀셋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완전히 복구되려면 최소 3년이 필요하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도, 리먼사태 때도 극복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 확산될 조짐까지 보인다. 회복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Q 향후 계획은.
현재 센터는 정부 사업의 부족한 면을 채워 주는 형태로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같이 하고 있고, 동반성장위원회와 동반성장 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또 앞서 말한 월드클래스300 사업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하고 있다. 기술우수 중견-중소기업 대상 경영컨설팅 사업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정부 사업에서 주연보다는 조연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 산하 기관을 통해서 협력하고 있다. 향후 우리 자문위원들이 직접적으로 정부기관과 관계를 맺고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가 월드클래스300과 같이 성과지향형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센터가 협력할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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