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보도>

- “대한민국 경제지킴이 Gold Senior"”(이코노믹리뷰, 05/24)

권동열·남기재·신용하 등 전직 CEO들, 중소기업에 경영 노하우 전수



인생의 마지막 열정을 ‘후배 경영인 양성’이라는 목표에 쏟아 붇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골드 시니어족(族)’이다.

골드 시니어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지낸 뒤 ‘조직 생활을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간 사람들’로 차세대 경영인을 위해 다양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활동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풍부한 경험과 냉철한 식견으로 후배 경영인의 성장을 돕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장을 직접 찾아 해법을 제시하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이 보여 준 뜨거운 열정은 유례 없는 금융 위기를 겪으며 좌절을 맛본 CEO에게 활력도 불어 넣고 있다. 골드 시니어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저력을 뽐내는 골드 시니어. 이들이 꿈꾸는 한국 경제의 미래상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군사조직에는 크게 현역과 함께 예비군이 있다. 예비군은 전쟁 등과 같은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현역 군인을 돕기 위해 제대한 민간인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군 생활의 모든 것을 겪은 예비군의 경험은 후배 현역 군인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제대 이후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무기를 다루는 솜씨, 위기를 넘기는 대처법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반복훈련을 통해 뼛속 깊이 자리 잡은 모든 동작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연스레 신경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이는 세월이 지나도 군 생활의 특수성 속에서 반복되는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함께 훈련을 할 때면 현역 군인들이 예비군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대하는 이유다.

예비군은 적게는 현역 군인의 조력자로, 크게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역군임에 틀림없다.


사회 공헌 활동으로 태어난 열정
재계에도 예비군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배 CEO의 경험과 식견이 후배 CEO에게 전수되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발생되는 문제가 큰 맥락에서 유사하게 이뤄지는 탓이다. 비록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그들이 겪은 경험과 위기 대처 능력은 후대에도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선배 CEO가 후배 CEO에게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또 중소기업 CEO가 대기업 CEO를 직접 만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가능한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간단한 접수 이후 전직 대기업 CEO를 지내고 은퇴한 이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영자문봉사단이 직접 현장을 찾는다. 한국 경제를 지켜내기 위한 예비군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란 것은 상상일 뿐이었다. 정년을 넘긴 CEO들은 은퇴 이후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수순으로 여겼다.

“은퇴 이후 최고의 즐거움은 그동안 못 했던 취미 생활을 즐기고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는 것”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전문 CEO의 은퇴 연령은 낮아졌고, 의학의 발달은 삶을 연장시켰다. 은퇴 CEO에게 ‘제 2의 인생’을 펼칠 기회가 제공된 것.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골드 시니어’가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다시 찾은 청춘 ‘중소기업을 위하여’
2010년 4월27일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사무실. 50여 명 가량의 전직 CEO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했던 당시의 나이는 71세였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취임했던 나이도 71세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60대 중·초반입니다.

아직 젊습니다. 장군이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습니다. 보람 있는 일에 투자할 시간은 많습니다.”

권동열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의 말 한 마디에 자문위원 모두가 동의했고, 환호했다. 골드 시니어로서 자신의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란 의지도 다졌다.

한국 경제 구조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대로 한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