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_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의 멘토링 제도

중소기업을 위한 노련한 멘토

객원기자 장정희

전문가 멘토 집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CEO는 고독한 존재다. 특히 인력층이 얇은 중소기업 경영자는 회사 경영에 대해 수시로 상의할 곳이 마땅치 않다. 전문 자문단에게 의뢰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거나 해당 전문가를 물색하는 일이 쉽지 않아 선뜻 나서기 힘들다.

중소기업인의 고충과 애로사항 등을 해결해 주는 전문가 멘토 집단이 있다. 바로 전경련 산하의 중소기업협력센터 내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이하 봉사단)이 그곳. 봉사단은 경영전략, 기술, 마케팅, 재무, 인사, 수출 등 해당 분야에 경영자문위원 70명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은 삼성, LG, 현대, 한화 등 주요 대기업에서 CEO와 임원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전문경영인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노하우와 전문성을 중소기업에 전수하여 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는 ‘좋은 뜻’으로 2004년 7월 발족했다.

‘중소기업인의 처지가 되자’

봉사단을 발족하면 컨설팅을 요청하는 기업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줄 알았다. 홍보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멘토의 요건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대기업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문턱을 높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다름’만 부각시켜 중소기업인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했다.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과 오랜 불평등 거래 경험에서 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자문단을 불신했다. 조언받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역시, 15~20%는 ‘즉시 닥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상담만 해준다며 불만족’을 드러냄으로써 대기업 출신 자문봉사단의 선의가 전달되지 못했다.  

대기업 출신 자문봉사단이라는 특징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봉사단에 참여하는 한 위원의 이력이 ‘쎄(?)’ 상담 의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스포츠 의류 회사에서 그 위원에게로 요청이 들어왔다. 위원과 기업인이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 봤더니 예전에 위원이 일했던 회사의 협력 업체 사장이었다. 그 기업인은 말은 안 했지만, 위원이 몸담았던 대기업에서 ‘서러움’을 많이 당했던 것이 상담 내내 느껴졌다.

그 자문위원은 과거 대기업 근무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중소기업의 힘든 현실을 자문 활동을 통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대기업 처지에서 이제 ‘중소기업의 처지’가 돼 상담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봉사단 활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데 더 큰 보람이 있다.

봉사단은 중소기업 현장을 돌아보면서 상담 활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시행착오 끝에, 제대로 중소기업에 상담해 주기 위해서는 우선 ‘중소기업인의 처지’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열고 중소기업의 현황을 공부했다.

인기리에 진행 중인 비상근 고문제도 ‘멘토제’

올해로 두 돌을 넘긴 봉사단은 그동안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수시로 애로사항을 상의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멘토가 되어 비상근 고문격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멘토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2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멘티 기업과 멘티가 원하는 해당 분야의 멘토는 6개월에서 1년 이내로 기간을 정하고 협약을 맺고 활동에 들어간다.

아직 진행 중이라 멘토링의 효과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긍정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법정관리에 있던 자동차 부품 회사는 인사관리, 마케팅 등 분야별로 5명으로 팀을 구성해 멘토를 두었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노조 측과 분위기도 좋아지고 매출액이 올라가면서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향후 봉사단은 중소기업들이 경영자문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 한 가지로 여성벤처협회, 중견기업협회 등 중소기업 회원이 소속된 전문기관과 협력관계를 통해 수요를 발굴하고 상담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또 9월에는 마케팅, 자금 등 24개 과목으로 중소기업 변화에 대한 각 분야의 기술 노하우 내용을 중심으로 한 경영전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Tip_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을 이끄는 주역들

이필곤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

중소기업에 노하우 전수해 주고 싶다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삼성자동차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한 화려한 이력의 이필곤 위원장이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이 위원장은 ‘사회에서 받은 은혜를 환원하고, 중소기업의 심각한 경영난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높여 나라 경제가 발전하는데 기여’하고자 봉사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봉사단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더 깊은 이유는 과거 70년대 산업화시대에 밤낮을 지새우며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일했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위원장이 관심 있는 분야는 해외진출 분야. 중국 등 해외진출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에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해 주고 싶단다. 그에게는 70년대 힘이 약한 나라의 기업인으로 강국의 바이어들에게 온갖 서러움을 당하면서 계약을 성사시켜 수출 실적을 올렸고, 바이어들에게 들어오는 수많은 클레임을 처리해 내는 등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돕는다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자 대·중소기업의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10월 출범한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 박종선 소장은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활동을 지원하는 업무 외에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모범사례 발굴확산,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육성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센터를 소개했다.

그는 대·중소기업의 진정한 협력과 상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감’으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지속적 협력이 자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