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발언대] 역지사지의 입장 [디지털타임스 2006-08-22 10:35] 김성섭 중기청 기업협력팀장 최근 국무총리 주재로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위원회가 처음으로 구성돼 회의를 가졌다. 이러한 대기업과 정부의 노력으로 상생협력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상생협력은 아직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얼마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더라도 약 25%의 중소기업이 대ㆍ중소기업간 하도급 관계가 불공정하다고 여기고 있고, 이 가운데 `일방적인 단가인하'를 가장 견디기 어려운 불공정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공정행위를 줄이기 위해 지금 중소기업청에서는 기업간 수ㆍ위탁거래에 관한 실태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조사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1016개)에 비해 조사대상 기업수를 늘리고(2500개) 조사범위도 납품대금 결제조건 외에 수ㆍ위탁 관련 불공정행위 전반으로 대폭 확대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단가 인하와 원자재비용의 전가여부도 조사대상이다. `기업간 협력'은 원래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성립되기 어렵다. b수차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것처럼 대기업이 납품거래 유지를 무기로 불법적으로 기술을 탈취하거나 단가조정 목적으로 세부 원가자료 제출을 강요한다면 협력은 아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납품대금 결제 지연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러한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규정하고 협력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생협력은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서 출발했을 것이고, 창업초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행위도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이렇듯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역지사지의 입장이 가장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대중소기업간 거래가 아닐까? 올해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보다 확산되어 올해 실태조사에서 시정조치를 받는 대기업의 수가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으면 하는 바램을 조심스레 가져본다. 박정연 j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