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중소기업의 공존 열쇠 [경향신문 2006-10-18 18:39] 〈정세균/산업자원부장관〉 지난해부터 정부와 재계가 함께 추진해 온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올 3월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5월에는 기업간 협력이론에 기초한 ‘상생협력 발전 모델’도 제시되었다. ‘상생협력 발전 모델’은 ▲협력업체 역량 개발 지원 ▲상호신뢰 구축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대·중소기업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초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생협력을 “한국의 독특한 기업환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논리적 근거가 취약한 정치적 슬로건”이라며 비판한다. 하지만 상생협력은 결코 우리나라에서만 논의되는 한국적 이론이 아니다. 사실 기업간 협력의 유효성에 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학계에서 논의가 있어 왔다. 다만 이를 전체적인 상생협력의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체계화하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상생협력이 이론적으로 유효하다고 할지라도 기업들이 확신을 가지고 경영전략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김빠진 이론’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정부와 재계가 함께 발전시켜온 상생협력은 철저히 시장에 기반을 두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또한 국내외 학계의 연구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실은 상생협력이 실질적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장기적 경영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모토로라의 대표 상품인 ‘레이져’는 협력사와의 긴밀한 전략적 협력의 유효성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다. 모토로라는 한때 국내업체들에 밀려 휴대폰 사업이 위기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협력업체와 신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장기적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적 상생협력관계 구축이 초일류 기업경쟁력의 핵심이라면 우리도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요 대기업들은 상생협력의 세계적 흐름을 인식하고 상생경영을 선언했다. 아울러 그룹 내에 전담 조직을 설치하여 상생경영투자를 30% 이상 늘리는 등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와 지원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게 현실이다.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일방적이고 과도한 납품 단가 인하 요구나 불공정 하도급거래 등 상생협력을 저해하는 관행이 상존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관계야말로 상생협력의 기업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다. 여기에 대기업의 협력업체 역량 개발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상생협력의 결실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거니와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의 생존 여부는 상생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달려 있다. 18일에는 산업자원부와 전경련이 주최하고 국내외 학계 및 기업계 인사들이 참가하는 ‘상생협력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미 MIT대 파인 교수와 일본 도쿄대 후지모토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이 최신 이론을 통해 상생협력이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상생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상생경영이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기업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